
글| 박예원, 염은별
디지털 콘텐츠 소비가 일상화된 오늘날, 책을 직접 고르고 읽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 됐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독립서점은 각기 다른 개성으로 지역 주민과 여행자에게 새로운 의미를 제공한다. 이에 우리는 독립서점이 지닌 존재의 의미를 깊이 들여다보고자 한다.
1. 나만의 서점
1-1. 독립서점은 뭐가 다를까?
독립서점이란 대형 체인서점과 달리 개인 혹은 소규모의 사업자가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서점을 말한다. 독립서점에는 운영자의 취향이나 개인적 철학이 반영된 도서들이 대부분이며, 카페 같은 감성도 추가된다. 대량으로 유통되는 베스트셀러 작품보다는 독립출판물, 소규모 출판사의 책, 혹은 주제별로 큐레이션이 된 책을 중심으로 진열한다. 책 판매 외에도 독서 모임, 작가와의 만남, 전시 등 다양한 문화 행사를 개최하며 지역 사회와 함께 성장하고 있다. 독립서점은 이제 책 판매 공간을 넘어 문화적 교류의 장이 됐다.

사진1 - ‘무대 위의 책방’ (출처 : 마포문화재단 홈페이지)
보통의 체인서점은 본사에서 정한 기준과 시스템에 따라 운영하며, 대중적인 책과 신간 도서를 위주로 진열한다. 또한, 하나의 본사가 여러 매장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벤트나 행사를 개최하면 전국적으로 동일한 서비스가 적용된다. 그에 반해 독립서점은 개성과 지역성을 토대로 방문자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지난 2024년 5월, 서울 마포구에서 마포지역 독립서점 22개가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야외 도서 축제 ‘무대 위의 책방’을 개최해 뮤지션과 작가의 이야기를 북토크로 풀어냈다. 다른 지역에서는 어떤 행사가 열렸을까? 2025년 5월, 인천에서는 전국 독립출판사와 독립서점, 작가 등 130여 팀이 참여하여 북마켓과 전시, 강연 등을 선보이는 ‘2025 인천 아트북페어(IABF)’가 개최됐다. 또 2025년 3월, 용인시에서는 생일이 같은 작가의 책을 소개하고 전시하는 ‘365북스’ 등 문화 행사를 통해 지역 주민, 방문자들과 소통했다. 이처럼 독립서점과 체인서점은 책 선정의 자율성과 운영 방식에서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이며, 차별화된 큐레이션으로 정체성을 구축하고 있다.
1-2. 대전의 작은 책방

사진2 - ‘대전 지역 독립서점 증가 통계’ (출처 : 동네서점 아카이브 프로젝트)
동네서점 아카이브 프로젝트 통계 자료에 의하면, 5년 전만 해도 손에 꼽을 정도였던 대전의 독립서점은 201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특히 2008년부터 2016년 사이, 도서정가제의 시행으로 가격 경쟁 부담이 줄어들며 전국적으로 독립서점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대전에서도 2018년에 9곳에 불과하던 독립서점이 2023년에는 32곳으로 크게 늘어났다. 개인의 개성과 취향을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며 독립서점의 수가 증가한 것이다. 대전의 독립서점은 지역 커뮤니티와 문화행사, 주민 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또, 다양한 문화 콘텐츠가 이뤄지는 플랫폼으로도 성장하고 있다. 지역 예술가와의 협업 상품, 동네 소모임 등 책방에서만 가능한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사진3 - ‘다다르다’ (출처 : 중부매일 기사)

사진4 - ‘삼요소’ (출처 : 삼요소 공식 인스타그램)
이처럼 다양한 변화는 우리 주변에서 이미 시작됐다. 2017년 문을 연 대전 서구의 ‘삼요소’는 북콘서트, 강연 등 작가를 만날 수 있는 행사는 물론 창작 글쓰기 모임, 독서모임 등의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책, 지역 사회, 카페를 결합한 덕분에 관광객과 지역민 모두에게 사랑받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또, 중구 은행동의 ‘다다르다’는 다양성과 공동체를 중시하는 독서 모임은 물론 ‘월간 다다르다’, ‘다다른 토크’와 같이 저자와 독자가 직접 만나 이야기하는 소규모 북토크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여성들이 모여 풋살을 즐기는 이색 소모임인 ‘다다르다 여성FC’ 활동을 하며 성차별 없는 콘텐츠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현재의 독립서점은 지역 문화의 새로운 중심으로 성장했다. 또한, 방문자가 자신의 취향에 맞는 특별한 공간을 찾고, 힐링과 소통을 경험할 수 있는 핵심요소가 됐다.
1-3. 작은 책방의 생존법

사진5 - ‘주머니 시집’ (출처: 네이버 블로그 ‘스토리지북앤필름')

사진6 - ‘읽걷쓰 출판 전시회’ (출처: 일간경기 기사)
디지털 시대에도 오프라인 독립서점이 살아남을 수 있던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카페·전시·공방·강연·굿즈샵 등 다양한 기능을 결합해 교류의 장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지역 주민이 모여 취향을 공유하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하나의 문화적 거점이 됐다. 대표적인 예로 충주 지역의 독립서점 ‘빈칸’이 있다. 빈칸의 트레이드마크인 담뱃갑 모양의 일명 ‘주머니 시집’은 20여 개 작품이 독특한 패키지로 구성돼 대학생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또, 2024년 4월에 열린 ‘읽걷쓰 출판 전시회’는 인천시교육청과 인천 지역 독립서점이 협력해 특별전시, 독립출판물 전시, 체험 공간, 작가 사인회 등 다양한 전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러한 독특한 공간과 굿즈들이 지역 문화를 새롭게 이끌며 젊은 층의 핫플레이스로 자리잡았다.

사진7 - ‘#독립서점 투어’ (출처: 인스타그램 검색창)
독립서점의 또 다른 생존 비결은 SNS를 통한 사회적 연결이다. 포스터 인증, 스탬프북, 굿즈 인증샷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방문객이 직접 참여하는 분위기를 만든다. 자신의 경험을 SNS에 공유하도록 장려하며, ‘나는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라는 정체성을 드러내도록 유도한다. 이를 통해 온라인에서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서점에서 찍은 사진, 스탬프북 등을 ‘#독립서점’ 해시태그로 방문 후기를 인증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책방인증, #북스타그램, #책방투어 등의 해시태그가 방문 인증에 활용된다. 또, 독립서점 자체에서 포토존과 해시태그를 마련해 방문자가 자연스럽게 SNS에 인증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덕분에 서점의 개성과 커뮤니티가 온라인상에서 확산되고 있다.
2. 일상의 쉼표, ‘독립’서점의 시간
2-1. 대형서점보다 독립서점?

사진8 - ‘독립서점 투어’ (출처: 네이버 블로그)
사람들은 왜 독립서점을 찾는 걸까? 대형서점엔 없는 ‘느린 시간’을 찾고자 독립서점을 방문한다. 트렌드와 유행을 따라가는 대형서점과는 달리 독립서점은 공간 운영자의 취향이 담은 곳이다. 감성이 추가된 큐레이션은 책을 파는 것을 넘어 소비자에게 ‘취향을 발견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로컬 문화와 개인의 감성에 집중하는 MZ세대는 이러한 방식에 더욱 사로잡힌다. 이들은 책을 읽는 동시에 공간 자체를 즐기고, 서점에서만 만날 수 있는 굿즈를 수집하거나 인증샷을 남긴다. 독립서점에서 자체 제작한 굿즈는 SNS에 공유되며 홍보 수단이 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여행지의 독립서점을 방문하는 ‘독립서점 투어’가 유행이다. 각 지역의 로컬 독립서점 자체를 ‘방문할 이유’로 만든다. 이처럼 개성 있는 로컬 문화의 발신지이자, 새로운 관광 자원이 됐다.
2-2. 도시 속 휴식공간
독립서점은 책 판매 뿐만 아니라 문화 활동도 진행한다. 대형서점들이 효율과 소비 중심의 공간으로 기능하는 동안, 반대편에서 문화적 다양성과 지역 공동체의 정체성을 지켜내고 있다. 이들이 지닌 가장 큰 문화적 가치는 ‘선택’에서 비롯된다. 공간 운영자의 취향이 반영된 큐레이션을 통해 상업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책, 지역 작가의 자비출판물, 독립 잡지 등 다채로움이 담겨있다. 이는 주류 문화에서 소외됐던 목소리를 비로소 독자의 손에 닿을 수 있게 하는 창구가 된다.

사진9 – 오케이슬로울리 이색 전시회 (출처: 유성구 공식블로그)
또한 독립서점은 지역 사회와의 연결 고리를 만들어나가는 소통의 장이다. 북 토크, 낭독회, 소규모 전시, 글쓰기 모임 등 서점 내부에서 열리는 프로그램들은 이웃 간의 관계를 더욱 밀도 있게 만들고, 동네 속 문화 커뮤니티 형성에 이바지한다. 대표적으로 2024년과 2025년 2월, 대전 유성구 독립서점 ‘오케이슬로울리’에서 열린 이색 전시회가 있다. 책을 고르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사람들을 위해 책 표지에 요약 내용과 코멘트가 붙어있고, 도서뿐 아니라 사무용품, 팬시용품 등 다양한 물건을 볼 수 있다. 오케이슬로울리의 특징은 다른 사람과 함께 쓰는 ‘공유 테이블’과 나 혼자의 시간을 즐기는 ‘비워둔 테이블’을 통해 오롯이 서점만의 공간을 직접 느낄 수 있다. 작가와 주민, 타지 사람들이 하나가 되어 독립서점을 즐기며 교류의 중심이 됐다.
2-3. 앞으로의 독립서점, 그리고 가능성
이처럼 독립서점은 우리의 일상 속 다양한 문화생활과 연결돼있다. 다채로운 콘텐츠와 섞여 사람들이 모이며 그 지역의 명소가 된다. 독립서점만의 정체성이 생겨나고, 사람들은 ‘나의 공간’으로 인식한다. 다양한 활동이 계속될수록 책을 파는 것에 그치지 않고 ‘경험’을 파는 곳으로 발전한다. 일상 속에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독립서점의 경험은 새로운 활력소이자 마음을 채우는 시간이 된다. 앞으로 지역 사회와 더욱 긴밀하게 소통하며 다양한 분야와 협업한다면 새로운 문화 생태계를 만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또,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갈 모습을 기대할 수 있다. 책을 매개로 한 만남과 경험의 중심지로서 세대와 취향을 아우르는 열린 공간으로 성장하고 지역 문화의 미래를 밝히는 중요한 역할을 해나갈 것이다.
3. “왜 이 공간을 유지하세요?”
대전의 대표적인 독립서점 ‘작업실 추신’을 직접 방문했다. 이곳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과 작은 책방이 어떻게 특별한 공간이 됐는지 사장님의 얘기를 들어보았다.
Q1.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작업실 추신의 주인장 ‘주연’입니다. 맑은 날보다 흐린 날을 더 사랑해서 비가 와도 우산을 잘 쓰지 않아요. 화분 가꾸기를 좋아하지만 정작 식물 이름은 잘 외우지 않는 조금 모자란 식집사이기도 합니다.
Q2. 서점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그 과정에서의 어려움은 무엇이었나요?

사진10 - ‘작업실 추신’ 서점 사진
A. 작업실을 열기 전 3년 동안 카페를 운영했습니다. 감사하게도 늘 많은 분들이 매장에 찾아와 주셔서 운영은 부족하지 않게 했지만, 이상하게 시간이 갈수록 행복하지 않았어요. 해야 할 업무와 미래의 걱정들로 몸과 마음에 여유가 없던 탓이었죠. 나에게 좀 더 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자마자 평소 믿고 지내는 동생에게 매장을 넘기고 지금의 작은 작업실을 만들었습니다.
처음의 시작은 개인 작업실이었어요. 나만의 공간에서 책도 실컷 읽고, 글도 쓰고, 지인들을 초대하기도 하고, 예전 단골손님들과 마음껏 시간도 보냈어요. 그러다 취향이 맞는 더 많은 분들과 이 공간을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공유 서재로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닥과 페인트칠 등 작업실의 거의 모든 공사를 직접 했는데, 하필 가장 추운 겨울에 시작한 탓에 정말 힘들었어요. 하지만 힘든 만큼 애정이 담깁니다. 바닥 모서리에 삐뚤삐뚤한 타일의 흔적 같은 것들에도요. 미완성이 주는 묘한 평안이 있어요.
Q3. 서점에서 진행하는 문화 행사나 프로그램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사진11 - ‘작업실 추신’ 서점 사진
A. 추신의 작업실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베이킹클래스가 열립니다. 전에 운영했던 카페에서 제가 만든 휘낭시에가 제법 사랑을 받았어요. 그 덕에 멀리에서 일부러 찾아오시는 분들을 포함한 귀한 인연들이 많아요. 작업실을 준비하며, 휘낭시에를 만드는 과정을 같이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에 클래스를 시작했습니다. 구워진 휘낭시에가 식는 동안에 추신의 엽서를 나눠드리고 자유롭게 편지나 서재에 있는 책들로 필사하는 시간을 드려요. 달큰한 빵 냄새와 널브러진 재료들 사이에 단정히 앞치마 입은 채로 읽고 쓰고 사색하는 모습은 제가 정말로 사랑하는 순간이에요. 그 시간엔 늘 작업실 안으로 노을빛이 쏟아지는데 그 모습이 정말 예뻐요.
Q4. 독립서점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요?

사진12 - ‘작업실 추신’ 서점 사진
A. 우리는 동네 서점의 생존을 지원하는 역할도 함께 이루어야 합니다. 추신에 있는 대부분의 책들은 제가 방문한 지역의 서점에서 구매한 것들의 비중이 크다 보니 한 권 한 권에 더 애정이 가요. 얼마 전 출장으로 남해에 방문했다가 들른 <흙기와>라는 독립서점에서 사장님과 나눈 대화가 여전히 마음에 남아있습니다. 사장님이 겪은 에피소드를 웃으며 한참 듣다 보니 어느새 제 손에 <지금 여기 함께 있다는 것>이라는 책이 들려있었어요. 평범한 노란색 표지이지만 사장님과 저만이 아는 특별한 책이 된 거죠. 독립서점만이 가진 이런 매력들을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누리고 알게 되길 바라요.
독립서점은 지역 주민과 관광객에게 독립서점의 감성을 경험하는 특별한 장소다. '책'이 중심이지만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교류의 장이자 지역의 정체성을 담아내는 거점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각자의 속도로 살아가는 이들이 모여들어 연결되는 쉼터가 되고 있다.
정보관리부서 : 홍보팀
최종 수정일 : 2026-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