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을 가장한 '그린워싱' (출처=조선일보)
최근 5년간 기업의 그린워싱 적발 건수가 급증했다. 지난 10월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발표한 ‘부당한 환경성 표시·광고 신고 및 적발 현황’에 따르면 2020년 110건에 불과했던 적발 건수는 지난해 2,528건에 달한다. 이에 ‘친환경’을 내세운 허위·과장 광고가 일상 속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잦은 기후 이상 현상으로 일상에서 환경변화를 직접 체감하는 이들이 늘어나며 소비자들도 환경 보호에 대한 관심이 한층 높아졌다. 이에 기업들은 친환경 이미지를 내세운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그린워싱 사례 또한 증가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린워싱은 ‘친환경(Green)’과 ‘눈속임(Whitewashing)’의 합성어로 기업이 제품과 서비스를 친환경적인 것처럼 허위로 광고하지만 실제로는 환경에 해를 끼치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외를 불문하고 그린워싱으로 적발된 사례는 매우 많다. 국내 사례로는 생수 기업의 한정판 출시 광고가 있다. 멸종위기 생물을 알리기 위해 펭귄, 물범 캐릭터를 라벨에 디자인해 출시했지만 정작 생수병의 플라스틱이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사실은 드러내지 않았다. 모 패션 대기업은 지난해 총 129톤의 의류를 소각했다. 다량의 재고 의류를 소각하는 과정에서 미세먼지와 중금속, 독성 화학 물질이 발생했고 대기오염을 가중시켜 많은 양의 탄소와 유독가스가 배출됐다. 해당 기업은 신재생에너지 사업 강화와 ESG 경영을 통해 환경 보호를 위한 방침을 꾸준히 강조해 왔으나 브랜드의 사회적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환경적 책임을 다하지 못했음에도 의류의 친환경 소재만을 강조해 거짓 마케팅을 한 것이다. 여러 식음료 제조업체가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를 도입한 것도 그린워싱으로 지적된다. 종이 빨대는 재활용이 어려워 일반 쓰레기로 처리되며 제조 과정에서 오히려 플라스틱 빨대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즉, 기업들이 실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친환경 이미지’에만 집중한 것이다.
그린워싱이 다양한 양상으로 드러나는 가운데, 소비자들은 이를 쉽게 인지하지 못하고 기업의 마케팅 전략에 따라 무의식적으로 소비를 이어간다. 기업이 ESG 지표 보고서를 내놓더라도 소비자들이 이를 직접 검증하기 어렵고 그린워싱에 대한 공식적인 판별 기준이 없으며 다양한 산업에서 문제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그린워싱에 대한 규제는 여전히 미비하다. 2023년 총 적발 건수 4,935건 중 99.6%가 특별한 제재 없이 행정지도에 그쳤다. 이로 인해 지난해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등 환경부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는 그린워싱의 모호한 판단 기준과 미약한 처벌 수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에 따라 지난 10월 기후에너지환경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그린워싱 판단 기준이 될 통합 가이드라인 마련에 착수했으며 향후 관련 규제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그린워싱은 단순히 소비자 기만으로 끝나지 않고 환경과 사회 전반의 신뢰 구조에 악영향을 미친다. 본교 사회적경제기업학과 서진선 교수는 “실제 환경에 이바지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구분하기 어렵게 만든다”라며 “이를 알게 된 소비자들은 기업의 광고나 홍보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되고, 결국 시장 전반의 건전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라고 밝혔다. 결국 신뢰를 잃은 시장에서는 ‘진짜 친환경’이 설 자리를 잃게 된다. 따라서 기업의 책임 강화와 소비자의 비판적 인식, 정부의 명확한 규제와 언론의 지속적인 감시가 함께 이루어질 때 비로소 그린워싱에 대한 실질적인 대응이 가능할 것이다. /신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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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일 : 2026-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