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이영채
최근 실내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클라이밍이 새로운 인기 스포츠로 주목받고 있다. 단순한 운동을 넘어 몸과 마음 모두 다양한 매력을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클라이밍에 도전한다. 클라이밍의 매력을 탐색하고 우리에게 주는 영향들을 알아보려 한다.
1. 벽을 오르는 스포츠
1-1. 클라이밍이란?
클라이밍은 인공 구조물이나 자연 암벽을 손과 발을 사용해 오르는 스포츠다. 단순히 높은 곳을 오르는 것이 아니라, 신체의 모든 근육을 활용해 균형을 잡고 동작을 계획하며 목표 지점까지 도달하는 복합적인 운동이다. 집중력, 전략, 체력을 동시에 요구하며, ‘움직이는 체스’라 불릴 만큼 전략적 요소도 강하다. 이런 클라이밍은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하나의 모험이며, 자신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언제부터 벽을 오르기 시작했을까? 클라이밍의 역사는 꽤 오래됐다. 클라이밍은 19세기 후반에 유럽의 산악 등반으로부터 시작됐다. 이후 20세기에 들어 등반 기술이 발전하고 장비가 전문화되며 볼더링, 리드, 스피드 등 다양한 종목이 분화됐다. 1980년대에는 실내 암벽장이 등장하며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특히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스포츠 클라이밍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며 세계적인 주목과 대중적인 관심을 얻게 됐다.

사진1 - 클라이밍 볼더링 (출처: 동아일보)

사진2 - 클라이밍 리드 (출처: 여성신문)

사진3 - 클라이밍 스피드 (출처: 한국경제)
스포츠 클라이밍은 사람들의 취향대로 추구하는 종목이 다르다. 클라이밍의 종목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먼저 ‘볼더링(Bouldering)’이다. 볼더링은 4~5m 높이의 짧은 코스를 매트 위에서 로프 없이 오르는 종목이다. 힘과 기술, 창의적인 동작이 요구된다. 두 번째, ‘리드(Lead)’다. 리드는 15m 이상 높이의 벽을 로프를 걸어가며 오르는 방식이다. 체력과 전략이 중요하며, 정해진 시간 내에 얼마나 올라가는지에 따라 순위를 결정한다. 마지막으로, ‘스피드(Speed)’다. 스피드는 표준화된 15m 벽을 얼마나 빨리 오르는지를 겨루는 경기다. 순발력과 민첩성이 필수로 요구된다. 이처럼 각각의 종목은 특성과 요구 능력이 다르며, 선수들은 주로 하나의 종목을 집중적으로 훈련하거나, 복합 종목으로 참가하기도 한다.
1-2. 클라이밍의 시작

사진4 – 홀드 별 단계 (출처: 부산일보)

사진5 – 홀드 종류 (출처: 아웃도어뉴스)
클라이밍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접근하기 쉬운 실내 클라이밍장에서 시작한다. 실내 클라이밍장은 실제 바위 환경을 실내에서 안전하게 재현한 공간으로, 체계적이고 다양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기본적으로 벽면은 수직, 오버행(기울어진 벽), 슬랩(완만한 경사) 등 다양한 각도로 설계돼 있으며, 클라이머의 실력과 목적에 따라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다. 난이도는 컬러홀드라 불리는 다양한 색상의 홀드들에 따라 나뉜다. 이때 홀드의 종류는 다양하다. 잡기 쉬운 ‘저그’, 손가락 하나 정도만 들어가는 ‘포켓’, 미끄러운 ‘슬로퍼’, 날카롭고 얇은 ‘크림프’ 등이 있으며, 각각 다른 기술과 힘을 요구한다.

사진6 – 클라이밍 장비 (출처: 큐레이션로그)
클라이밍을 즐길 때 필요한 몇 가지 기본 장비들이 있다. 먼저 클라이밍화다. 클라이밍화는 일반 신발과는 다르게 벽을 발끝으로 정확히 디딜 수 있도록 고무로 제작돼 벽을 가볍게 오를 수 있다. 두 번째, 초크가루와 초크백이다. 클라이밍을 할 땐 손에 땀이 나지 않도록 초크(분칠가루)가 필수로 필요하다. 때문에, 초크가루와 가루를 담는 초크백이 필요하다. 세 번째, 하네스다. 하네스는 허리와 다리를 고정시켜 로프와 연결하는 장비로, 로프를 사용하는 리드나 스피드 클라이밍에서 필수적이다. 이 외에도 클라이밍 종류에 따라 로프, 확보기, 퀵드로우 등 다양한 장비를 사용한다. 장비뿐만 아니라 클라이밍은 복장도 중요하다. 따로 정해진 복장은 없지만 클라이밍이 역동적인 스포츠기 때문에, 활동이 자유로운 트레이닝복이나 스트레치가 좋은 복장이 좋다.

사진7 – 클라이밍 안전 수칙 (출처: 체육시설알리미)
기본 장비를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클라이밍을 하다 보면 위험한 순간들이 있다. 크게 다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운동 전 충분한 워밍업, 추락 시 구르거나 발부터 착지하는 자세 숙지, 그리고 장비의 점검이 필수다. 특히 볼더링은 매트가 있더라도 부상 위험이 크기 때문에 항상 주변과 동작에 주의해야 한다.
2. 마주하고 극복하는 클라이밍
2-1. 클라이밍의 정신적 효과
클라이밍은 단순한 신체 운동을 넘어 강한 정신력을 요구한다. 목표 설정 후 점진적으로 난이도를 높이며, 완등했을 때의 성취감은 매우 크다. 하나의 루트를 오르기 위해 수차례 실패와 도전을 반복하는 과정은 문제 해결 능력과 집중력을 키우는 데 효과적이다. 또한 클라이밍은 정신적 스트레스 해소에 큰 도움이 된다. 벽을 오르는 동안 온 신경이 손끝과 발끝에 집중되며, 일상의 고민이 자연스럽게 멀어진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심리 치료의 보조 수단으로 클라이밍을 택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클라이밍은 함께 오르고 응원하는 커뮤니티 활동이 활성화 돼 있다. 함께 루트를 분석하고, 조언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소속감과 유대감이 형성된다. 융합정보논문지의 ‘클라이밍 운동프로그램이 대학생의 자기효능감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클라이밍 참여 대학생들은 비참여 집단에 비해 자기효능감과 사회적 자신감에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2. 클라이밍의 신체적 효과
클라이밍은 전신 운동으로, 손가락 끝의 근력부터 시작해 팔, 등, 복부, 하체까지 고르게 단련된다. 지속적으로 벽을 오르내리는 과정은 지구력을 기르며, 홀드를 잡는 다양한 동작은 유연성과 균형 감각을 향상시킨다. 특히 볼더링은 짧고 강도 높은 루트를 반복하며 근력을 강화하고, 리드 클라이밍은 체력을 유지하며 전략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 이처럼 클라이밍은 유산소, 근력, 코어, 민첩성 운동이 하나로 결합된 이상적인 복합 운동으로 알려졌다.
2-3. 클라이밍 덕분이에요
최근 클라이밍은 교육 현장과 일상생활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끄는 활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2023년 전남 청해초등학교는 다목적 강당 ‘청해마루’에 인공암벽을 설치하고 전교생을 대상으로 스포츠 클라이밍 체험 수업이 도입됐다. 전교생이 스포츠 클라이밍을 체험하는 수업이 진행했다. 해당 수업으로 학생들은 클라이밍을 통해 도전 정신과 협동심을 기르게 됐으며, 체력은 물론 자신감도 크게 향상됐다.
뿐만 아니라, 2024년 의학신문을 통해 클라이밍으로 삶의 전환점을 맞이한 한 간호사의 사례가 소개됐다. 간호사는 교대 근무의 스트레스와 번아웃으로 힘든 시기를 겪었지만, 클라이밍을 통해 신체적 활력을 회복하고 정신적으로도 큰 위로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암벽 위 문제를 집중해 풀면서 일상의 복잡한 생각을 잠시 잊게 되었고, 삶의 균형을 되찾았다고 전했다.
최근 클라이밍의 심리적, 신체적 효과가 주목받으면서 ‘치료적 클라이밍(Therapeutic Climbing)’이라는 개념이 등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 치료적 클라이밍은 특히 불안장애,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주의력결핍장애(ADHD) 등 다양한 정신 건강 문제에 효과적인 치료 보조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대상자의 상태에 맞는 맞춤형 루트를 설계하고, 점진적인 난이도 조절을 통해 신체와 정서의 회복을 도모한다. 예를 들어, 낮은 높이에서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성공 경험을 쌓게 함으로써 자존감 회복을 유도하고, 문제 해결 과정에서 자기효능감을 강화시킨다.
3. 클라이머의 경험을 듣다
3-1. 클라이머 인터뷰
클라이머에게 직접 생생한 클라이밍 이야기를 듣고자 본교 클라이밍 동아리 ‘클스볼리’의 회장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눠봤다.

사진8 – 동아리 회장님 클라이밍
Q1.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클스볼리 동아리 회장을 맡고 있는 경영학과 23학번 이혁수입니다.

사진9 – 클라이머 핑거보드 사용
Q2. ‘클스볼리’는 어떤 동아리인가요?
A. 클스볼리는 클라이밍을 위주로 활동하는 운동 동아리입니다. 흔히 대학생분들이 생각하는 술 마시고 놀러 다니는 동아리랑은 거리가 멀고, 운동하고 싶거나 살을 빼고 싶은 학생들에게 추천하는 건강한 동아리입니다.

사진10 – 클라이머 손
Q3. 처음 클라이밍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처음엔 잠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으로 동아리를 찾다가, 우연히 클라이밍에 끌려 시작하게 됐습니다. 초반엔 단순한 재미였지만 점점 매력을 느끼게 됐고, 장비도 갖추며 클라이밍에 몰입하게 됐습니다.
Q4. 클라이밍 중 두려움을 경험하신 적 있으신가요?
A. 네, 많습니다. 아래에서 보면 3~4미터 높이는 그렇게 높아 보이지 않지만, 막상 그 위에 올라가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홀드 하나에 내 체중 전체를 싣고 있는 상황에서, 발이 미끄러질 것 같다는 공포감은 정말 큽니다.
부상 위험도 높아 실제로 저는 식물인간이 될 뻔한 적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없었지만, 그때의 충격으로 비슷한 동작에서 몸이 자동으로 반응을 피하려는 트라우마가 생겼습니다. 이처럼 단순히 “높은 곳이 무섭다”는 감정보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오는 무력감과 예상 밖의 낙하에 대한 공포가 더 큽니다.
Q4-1. 이를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A. 두려움을 극복하는 열쇠는 ‘욕망’이었습니다. 문제를 완등하고 싶다는 의지가 두려움을 이길 때, 저는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반복적인 시도와 트레이닝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했고, 이는 곧 성장으로 이어졌습니다. 결국 극복도 과정의 일부였습니다.

사진11 – 실내 클라이밍장
Q5. 클라이밍이 본인의 삶이나 감정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A. 삶 전반에 큰 영향을 줬습니다. 자존감이 높아졌고, 체중도 자연스럽게 감량하며 건강이 좋아졌습니다. 예전엔 세상 탓을 많이 했다면, 지금은 나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극복하려는 태도를 갖게 됐어요. 삶이 훨씬 주체적이고 긍정적으로 바꿨습니다.
Q6.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클라이밍을 추천한다면 어떤 점을 강조하고 싶으신가요?
A. 클라이밍은 ‘성공 시뮬레이터’입니다. 작은 문제 하나를 해결하며 성취감을 얻고, 그것이 쌓여 더 큰 목표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특히 클라이밍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은 ‘단기 목표 달성의 쾌감’을 반복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작은 성공들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더 큰 성공을 꿈꾸게 됩니다. 오늘 한 걸음 더 높이 올라갔다면, 내일은 두 걸음을 도전하게 됩니다. 이런 반복 속에서 자신감이 생기고, 자존감도 함께 회복됩니다.
또한, 벽에 붙은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단순한 움직임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오직 내 힘과 집중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그 순간만큼은 복잡한 생각이나 걱정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집중하지 않으면 다칠 수 있다는 생각 덕분에 강제로라도 ‘지금 이 순간’에 몰입하게 되죠. 몰입이야말로 심리적 고통에서 벗어나는 하나의 탈출구가 됩니다.
그래서 저는 불안과 우울로 힘든 사람들에게 클라이밍을 진심으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갑작스런 치유를 기대하긴 어렵겠지만, 작고 확실한 성공의 경험이 삶을 조금씩 바꿔줄 수 있습니다.
Q7. 클라이밍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신가요?
A. 클라이밍에 재미를 붙이셨으면 좋겠습니다. 처음 클라이밍을 시작하시면 아무래도 SNS에서 보던 전문적인 클라이밍은 어렵습니다. 멋진 클라이밍을 해보고 싶어서 왔는데 기본만 하고있으니 다들 금방 포기하시더라고요. 욕심부리지 말고 인내를 가지며 기초부터 탄탄하게 채워나가시면서 재미를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클라이밍은 벽을 오르는 운동일 뿐만 아니라, 자신을 마주하고 극복하는 과정이며 도전과 성취의 연속이다. 누구나 처음엔 두렵고 어렵지만, 한 발짝씩 오르다 보면 어느새 더 높은 곳에 올라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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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일 : 2026-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