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박예원
수어는 단순한 손짓이 아닌, 수많은 이들의 일상과 감정을 담아내는 하나의 완전한 언어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수어는 낯설고, 그 중요성은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말할 수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떠올리는가. 수어에 대한 이해는 결국 서로를 향한 이해가 된다.
1. 수어, 언어로서의 가치
1-1. 수어의 개념

사진1 – 간단한 수어 (출처: 문화체육관광부)
수어란 ‘한국 수화언어’를 줄인 말로, 대한민국 농문화 속에서 시각·동작 체계를 바탕으로 생겨난 고유한 형식의 언어를 말한다. 청각장애인이 주로 사용하는 시각적 언어로, 손의 모양, 위치, 움직임, 얼굴 표정, 신체 동작 등을 통해 의미를 전달한다. 수어는 몸짓 언어가 아닌 고유한 문법과 구조를 가진 ‘자연어’이며, 각 나라마다 독립적으로 발전해왔다. 세계적인 농인 공동체의 언어로 자리 잡으며 언어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예시로 평가받는다.
수어는 단순히 의사소통 도구를 넘어 농인의 정체성과 문화를 반영하는 상징적 언어다. 농인 공동체 안에서 자긍심의 원천이자 세대 간 문화를 전승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이처럼 수어는 전 세계 언어 다양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보존과 발전이 필요한 문화유산이다. 그렇다면 수어는 어떻게 구성될까? 손 모양과 움직임, 얼굴 표정, 공간의 활용 등 시각적 요소로 구성된다. 수어는 같은 손 모양이라도 표정과 속도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이처럼 수어는 말소리 대신 시각적 기호를 사용하는 완전한 언어 체계이며, 시공간을 활용해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1-2. 우리 일상에서 만나다
우리가 생활하며 보는 관공서, 병원, 법원 등 공공서비스 현장에서는 수어 통역사 배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수요를 완전히 충족하지는 못한다. 특히 긴급 상황이나 의료 현장에서는 수어 통역이 즉각적으로 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한다. 대다수 비장애인은 수어의 존재와 필요성에 대해 낮은 인식을 보인다. 수어가 특수한 도구가 아니라 모든 사람을 위한 공용 언어 중 하나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또한 수어 사용자에 대한 편견과 오해도 여전히 존재하며 사회 전반의 수어 친화적 환경 조성이 요구된다.
2. 내 주변에서 수어는?
2-1. 미디어 속 수어

사진2 – 반짝이는 워터멜론 인기 (출처: 헤럴드 pop)
최근 tvN 드라마 ‘반짝이는 워터멜론’에서는 음악에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코다(CODA) 소년이 1995년으로 타임슬립하는 드라마다. 어린 시절 아빠와 밴드를 하며 펼쳐지는 판타지 청춘극이며, 수어를 중심 소재로 삼아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켰다. 가족 중 유일한 청인인 코다 소년 은결의 삶과 수어를 자연스럽게 담아내면서 대중에게 수어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사진3 – 양준식 수어 통역사 (출처: SBS 뉴스 유튜브)
또, 청각장애인과의 소통을 위해 뉴스에서는 다양한 수어 방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KBS에서는 2023년 4월 3일부터 모든 TV 뉴스 프로그램에서 수어 방송을 전면 실시하고 있다. SBS에서는 일부 프로그램에 수어 통역을 제공하며 수어 퉁역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마지막으로 MBC에서는 장애인 인색 개선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이처럼 청각장애인과의 소통을 위해 다양한 수어 방송 서비스를 제공하며, 공영방송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사진4 – 빅오션 멤버 사진 (출처: 네이버 정보)
아이돌 그룹 ‘빅오션’은 청각장애 아이돌로 주목을 받았으며, 최근까지도 여전히 음악 활동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 최초의 청각장애인 아이돌 그룹으로, 2024년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정식 데뷔했다. 전 세계 최초 수어로 노래하는 아이돌 그룹으로 주목받고 있다. 모든 멤버가 청각장애인으로 구성돼 있으며, 한국수화(KSL), 영어수화(ASL), 국제수화(ISL)를 활용하여 노래와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2-2. 수어도 각각 다르다.

사진5- 나라별 수어 (출처: 문화체육관광부)
수어가 나라마다 다르다는 사실, 알고 있는가? 다 똑같을 것 같지만 나라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나라마다 수어가 다른 이유는 언어가 역사적, 문화적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전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수어(ASL)와 한국수어(KSL)는 문법과 표현 방식이 전혀 다르다. 미국수어는 프랑스 수어에서 영향을 받았고 입모양보다는 손동작이 중심이 된다. 반면, 일본 수어는 표정과 입모양의 사용 비중이 크고, 한국 수어는 손의 방향성과 공간 배치를 중요시한다. 이러한 차이는 각국의 문화를 반영한 결과이며 수어 역시 문화의 일부임을 보여준다.
3. 나도 배워보자!
3-1. 내 주변에서 수어는 어디에서?
수어를 배우고 싶다면 어디로 가야할까? 수어를 체계적으로 배우고자 한다면 전문학과에 진학하는 방법이 있다. 국내에는 나사렛대학교의 ‘휴먼재활학과수어통역교육전공’, 한국복지대학의 ‘한국수어교원과’ 등을 운영하는 대학이 있으며, 이곳에서는 수어뿐 아니라 농문화, 청각장애인의 삶, 통역 윤리 등도 함께 교육한다. 수어 통역사가 되기 위한 자격증 과정도 병행하며 졸업 후 수어 통역사, 청각장애인 상담사 등으로 진출할 수 있다.
지역의 장애인복지관, 수어통역센터, 문화센터 등에서도 수어 강좌를 운영한다. 대부분 기초반, 중급반, 고급반으로 나뉘어 있으며 비장애인을 위한 입문 교육도 활발히 진행한다. 특히 농인 강사와 비장애인 통역사가 함께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수어 환경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또한, 온라인에서도 수어를 배울 수 있다. 유튜브, 네이버 TV, 온라인 교육 사이트 등에서는 무료 또는 유료로 수어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립국어원 한국수어사전’에서는 단어 검색과 함께 영상 수어 예시를 볼 수 있으며, ‘한국농아인협회’와 연계된 강좌도 온라인으로 수강할 수 있다. 이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학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3-2. 수어의 보급
2016년 제정된 「한국수어법」에서는 수어를 국어와 동등한 법적 지위를 가진 ‘대한민국의 공용어’로 규정했다. 이는 수어가 단순한 ‘장애인을 위한 언어’가 아닌 하나의 독립된 언어로 공식적으로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 이 법을 통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수어 사용자의 언어권을 보장할 의무를 가지게 되었다. 정부는 수어 통역사 양성 지원, 공공기관 내 수어 서비스 확대, 청각장애인을 위한 방송 수어 통역 의무화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수어 통역사 국가 자격제도’는 전문성을 높이고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또한 교육부는 학교 현장에서의 수어 교육 확대와 교사 대상 수어 연수도 강화하고 있다.
수어 보급은 단순히 기술적 문제를 넘어서 인권 문제다. 청각장애인의 언어 선택권, 정보 접근권, 교육권을 보장하는 것은 헌법적 권리 실현의 일환이며 이를 위한 공공기관의 수어 통역 지원은 필수적이다. 수어 환경을 강화함으로써 농인의 사회 참여와 자립도도 높아질 수 있다.
3-3. 미래 가능성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수어를 자동 인식하고 음성으로 변환하거나, 반대로 음성을 수어 영상으로 변환하는 시스템이 개발되고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앱을 통해 카메라 앞에서 수어를 하면 자막이 자동 생성되거나 일반인의 음성을 실시간 수어 애니메이션으로 바꾸는 기능도 점차 실용화된다. 이는 농인과 비장애인의 실시간 소통을 하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교육이 강화되며 수어 교육 역시 비대면 방식으로 확장됐다. 실시간 화상 수업, 수어 챌린지 앱, 게임화된 학습 콘텐츠 등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해 수어를 더 재미있고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는 특히 청소년과 일반 시민의 접근성을 크게 높이고 있다.
또한, 글로벌화 시대에 언어 다양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수어 역시 하나의 다문화 언어로 인정받고 있다. 다양한 언어가 공존하는 사회에서 수어는 시청각장애인뿐 아니라 외국인과의 소통 수단으로도 확장될 수 있으며 다문화 교육의 하나로 포함되기도 한다. 이는 수어가 단지 ‘장애인을 위한 언어’라는 인식을 넘어서, 모두를 위한 언어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어는 우리의 언어 다양성을 풍부하게 하고, 모두의 권리를 보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상 속 수어의 확산은 비장애인과 농인 간의 진정한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모두 함께 수어를 배우고 존중하는 자세가 우리 사회에 더욱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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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일 : 2026-04-06